정가를 지키지 못한 순간, 프리미엄 브랜드는 더 이상 프리미엄이 아니다

‘정가’는 명품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명품 브랜드에서 정가는 단순한 가격표가 아닙니다. 소비자에게는 브랜드의 격과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이며, 브랜드에게는 수십 년간 쌓아온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준입니다.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정기적인 할인 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 낮아진 가격은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남고, ‘프리미엄’이 아닌 ‘할인 브랜드’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명품 브랜드는 정가 전략을 지키기 위해 유통 파트너와의 계약 조건이나 판매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격 노출을 간접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할인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무분별한 가격 노출을 방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의 확장과 함께 이 정가 체계가 흔들리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할인하지 않은 제품이 스마트스토어나 오픈마켓, 가격비교 사이트에 ‘최저가’로 등장하며 소비자 인식이 변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는 조용히 침식되고 있습니다.

무단 셀러의 침투는 하나의 가격 이탈로 끝나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전략은 단 한 명의 ‘무단 셀러’로 인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들은 브랜드와 공식 계약 없이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 개인 쇼핑몰 등에 제품을 등록하고, 정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어차피 같은 제품인데 왜 공식몰은 더 비싼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격 이탈은 단발적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판매자가 가격을 낮추면, 가격비교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그 가격이 ‘시장 기준가’처럼 작동하게 됩니다. 이를 확인한 다른 셀러는 가격을 따라 내리고, 일부는 물량 소진을 위해 추가 할인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불과 며칠 만에 전 채널의 가격 질서가 붕괴되고, 브랜드는 더 이상 ‘정가를 지키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어렵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탈이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고객 문의나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이탈 사실을 나중에 인지하게 되고, 그 시점에는 이미 가격 붕괴가 여러 채널로 확산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자는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리셀러와의 연락, 내부 보고, 유통사 확인 등 반복적인 대응에 시간을 쏟는 일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만으로는 재발을 방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셀러가 가격을 깼다는 사실보다도, 브랜드가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추적하지 못하는 상태 자체가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처럼 고가 정책을 고수하는 업종에서는, 가격 질서가 무너지면 회복에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으며, 그 사이 고객의 인식도 점차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직면하는 리스크: 이미지보다 더 큰 손실

가격 이탈은 단순히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자산에 실질적인 손상을 초래합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에게 있어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위, 희소성 그리고 차별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가격 전략의 실패는 브랜드 정체성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사례: 버버리 아울렛 할인 정책의 역풍

2024년 11월, 로이터는 버버리의 CEO Joshua Schulman이 아울렛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럭셔리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우려를 표했다는 보도를 전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매출 확대 전략이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인식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왜 명품 브랜드에게 더 큰 리스크인가

1. 희소성 붕괴 → 차별성 상실

   명품 브랜드는 고가와 제한된 유통으로 ‘프리미엄’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정가 이하의 아울렛 판매나 무분별한 할인은 이러한 희소성을 깨뜨리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가치’가 하락한 것처럼 인식됩니다.

2. 가격 하락 → 신뢰도 하락

   소비자는 가격을 통해 브랜드의 품질, 정통성, 위상을 간접적으로 판단합니다. 공식 유통망보다 낮은 가격이 노출되면, 소비자는 ‘이 브랜드도 결국 세일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풀 프라이스 구매에 대한 동기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3. 이미지 회복의 어려움

   한 번 무너진 프리미엄 이미지는 단순히 가격을 올린다고 회복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빠르게 정보를 소비하고 비교하는 고객층이 늘게 되면서 정가 노출이 무너진 브랜드를 다시 프리미엄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이탈은 단순한 매출 손실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정가 유지란 단순히 ‘할인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아니라,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명품 브랜드는 단기적인 판매 실적보다도 가격 구조, 유통 전략, 시각 자산 보호까지 포함된 브랜드 자산 관리 체계를 보다 철저히 갖춰야 합니다. 단순한 가격 감시만으로는 부족하며, 비공식 채널 통제와 리스크 징후의 조기 감지 시스템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핵심 전략이 됩니다.

유통 채널까지 통제하는 명품 브랜드의 전략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명품 브랜드는 아예 온라인 유통을 차단하거나 철저히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롤렉스(Rolex)는 오직 공식 인증 대리점을 통해서만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온라인 직접 판매는 일절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 정책은 프랑스 경쟁 당국(Autorité de la concurrence)으로부터 온라인 유통 제한에 따른 과징금 약 9,160만 유로를 부과받을 정도로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온라인 유통을 제한하더라도, 가격 노출을 최소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 역시 전통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제한하며, 팬데믹 당시에도 극히 제한된 일부 공식 딜러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한 사례가 있을 뿐, 현재까지도 보수적인 유통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통망과 가격 노출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전략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정가 체계와 희소성을 유지하고, 브랜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지키는 브랜드는, 가격을 감시하는 브랜드다

이제는 감시가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무단 셀러가 어디서 가격을 깼는지, 어떤 패턴으로 반복되는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리포트화할 수 있는 자동화된 가격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합니다.

리트릭스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브랜드 실무자의 가격 전략을 지원합니다.

•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 주요 플랫폼에서 비정상가 탐지

• 기준가 이탈이 발생한 판매자 정보 자동 수집

• 반복 위반 이력 기반의 셀러 리스크 관리

• 브랜드 내부 보고용 자동 리포트 생성

이러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으면, 단순히 ‘가격을 깼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처음 가격을 깬 판매자가 누구인지

• 어떤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이탈이 발생했는지

• MAP 정책을 지키지 않은 셀러가 누구였는지

이런 정보는 단지 유통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전반적인 유통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로 작용합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 이미지 위조와 브랜드 자산 훼손

가격 이탈이 명품 브랜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라면, 위조 제품의 확산은 브랜드 신뢰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또 다른 변수입니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가 고유의 디자인과 포장, 로고를 지켜온 이유는 단순한 상징성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완성된 브랜드 자산 자체가 프리미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5월,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적발된 위조 상품 22만여 건 중 19.4%가 샤넬 브랜드 제품이었습니다. 이는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높은 수치이며, 그만큼 샤넬의 이미지와 로고, 상품 디자인이 위조 타겟이 되기 쉬운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위조 제품 대부분은 쿠팡, 스마트스토어, G마켓 등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었고, 정품 여부를 명확히 식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공식 판매처가 아닌 경로에서 가격은 낮고, 외관은 유사한 제품이 유통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정품’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브랜드는 품질을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신뢰 하락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러한 유형의 위조는 단순한 물류 문제를 넘어, 브랜드가 수년간 구축해온 시각적 자산(디자인, 로고, 패키지 등)에 대한 침해로 이어집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경우, 제품 이미지 하나하나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시각적 유사성은 곧 브랜드 손실로 직결됩니다.

최근에는 브랜드 보호를 위해 일부 기업들이 AI 기반 이미지 유사도 분석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파일명이나 이미지 URL을 비교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사용하는 주요 광고 이미지와 각 유통 채널의 상세페이지 이미지를 픽셀 단위로 분석해, 시각적 유사도를 정량화합니다.

이를 통해 정품 이미지와 유사하지만 공식 채널이 아닌 곳에 등록된 무단 셀러를 자동 감지할 수 있으며, 브랜드는 가격뿐만 아니라 이미지 자산 침해까지 함께 관리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가는 브랜드의 약속이자 무기다

명품 브랜드의 경쟁력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이탈이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를 흔들 수 있고, 위조 제품은 소비자 인식 속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서서히 침식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감시와 구조적 대응 전략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 이탈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위조 위험을 이미지 수준에서 감지하며, 무단 셀러의 반복 패턴까지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정가는 단순히 지켜야 할 기준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성하는 전략적 자산입니다.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감시·보호 체계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