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조품, 우리 브랜드는 안전할까?

유사 패키지와 무단 셀러, 소비자는 정품이라 믿는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사료, 간식, 장난감과 같은 반려동물 용품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품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료 한 봉지, 장난감 하나를 고를 때도 품질과 성분, 제조 이력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에서는 이러한 신중함을 무너뜨리는 위조·유사 제품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발생한 로얄캐닌(Royal Canin) 고양이 사료 위조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야오(Yao)’는 가짜 고양이 사료를 생산 및 판매했으며, 포장·QR 코드·인증 코드가 정품과 동일했으나 내용물은 다른 성분이었습니다. 로얄캐닌을 소유한 마스(Mars Inc.)와 타오바오는 의심되는 제품을 실험실 검사에 부쳤고, 위조품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타오바오는 경찰에 증거를 제출해 수사에 협조했고, 법원은 야오가 타오바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10일 이내에 12만 위안(약 1억 8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고, 주요 지면과 인터넷 매체에 1주일간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브랜드명과 로고가 그대로 노출된 채 판매·후기가 쌓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품질 문제를 ‘브랜드 문제’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타오바오의 로얄캐닌 위조 사료 사건에서 법원은 위조 판매가 플랫폼의 평판을 훼손했다고 판단해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이는 위조 유통이 브랜드의 명예·신뢰와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법적으로도 확인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반려동물 용품 위조·유사품 문제는 단순히 외형 모방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명과 패키지를 보고 안심한 채 구매하지만, 실제로는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성분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이 대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소비자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정품 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게 합니다. 결국 위조·유사품의 위험성을 이해하려면, 가격이라는 신호가 어떻게 소비자를 오도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저렴한 사료, 정말 정품일까?

온라인에서 동일 브랜드의 제품이 평균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하게 판매되는 경우, 그 이면에는 다양한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합법적인 재고 정리나 프로모션일 수 있지만, 위조품·유사품 유통이거나 정식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비공식 셀러’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용품처럼 안전성과 직결된 품목은 가격이 소비자 혼란을 유발하는 주요 신호가 됩니다.

미국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는 2025년 4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부 반려동물 용품이 시중가보다 40~60%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공식 유통처가 아닌 해외 직구를 위장한 판매처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재고를 미끼로 결제를 유도하는 사기성 사이트였습니다. 피해 사례 중에는 반려동물 사료를 주문했지만 전혀 다른 제품이 배송되거나, 결제 후 배송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BBB(Better Business Bureau)의 대변인 멜라니 맥거번(Melanie McGovern)은 “다른 곳에서는 품절이거나 가격이 더 높은데, 들어본 적 없는 웹사이트에서만 매우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그것은 사기나 위조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발언은 가격이 단순한 할인 신호가 아니라,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활용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정품이 품절된 시점에 맞춰 유사 패키지 제품이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면, 소비자는 선택지가 한정돼 그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제품의 성분, 제조 환경, 유통 이력은 대부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맥거번은 또 “반려동물 용품이 실제로 생각한 제품이 아닐 경우, 독성 성분을 섭취하거나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며,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판매처나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에서 구매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는 이처럼 ‘저가+재고 확보’ 전략이 소비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하게 팔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낮은 가격은 소비자가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적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광고나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노출될 경우, 소비자는 해당 판매처가 공식 채널인지 아닌지보다 ‘가격 메리트’에 먼저 주목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유입된 고객이 피해를 입으면, 앞선 목차에서 설명한 것처럼 브랜드 신뢰와 평판이 함께 훼손된다는 점입니다.

유사 제품, 소비자 피해는 브랜드에 쌓인다

위조·유사 제품이 시장에 풀릴 때 피해자는 단순히 잘못된 상품을 산 소비자만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자체가 그 피해를 안게 됩니다. 특히 반려동물 용품 분야에서는 피해가 소비자의 감정과 신뢰에 깊숙이 연결돼 있어,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유통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캐나다의 Champion Pet Foods는 자사 대표 브랜드 ‘Orijen’의 위조품이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며,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위조품 판매처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판매자의 정품 유통 권한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구매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실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미국 대형 반려동물 유통사 PetSmart는 특정 육포 간식 섭취 후 반려견이 사망했다는 소비자 신고를 1,000건 이상 접수했습니다. 미국 FDA 조사 결과, 해당 제품군이 반려동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일부 제품은 리콜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제품 유형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으며, 관련 브랜드 제품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리뷰에서 회피 대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위조·유사 제품 피해의 경우, 소비자가 그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포장과 외형이 정품과 유사하면, 피해 경험은 곧바로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로얄캐닌 위조 사료 사건에서도 피해자 상당수가 “정품을 샀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으며, 이는 해당 브랜드의 평판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Corsearch가 의뢰한 영국 소비자 대상 독립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가 브랜드가 위조 상품과 연관될 경우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낮아진다고 답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에서 브랜드 평판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소비자는 44%였으며,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3%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브랜드 평판이 소비자 구매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위조품과의 연관성은 단순히 이미지 훼손을 넘어, 장기적인 매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의도치 않게 위조품을 구매한 뒤 사기를 당한 소비자의 66%가 해당 브랜드에서 다시는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나아가 34%는 그 브랜드 제품이 다른 온라인 채널에서 위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면, 해당 브랜드의 공식 웹사이트에서조차 구매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답했습니다. 즉, 한 번의 위조 노출이 공식 판매 채널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알리바바 그룹(타오바오 모회사)에 따르면,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위조 상품 한 개는 약 5명의 고객을 잃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은 매년 약 1000억원을 투자하여 위조 상품을 적발 및 퇴치하고, 브랜드의 평판을 회복하는 전담팀을 꾸려 위조품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 단체들은 위조·사기성 상품 확산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으며,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정적 후기가 브랜드명과 함께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신뢰 하락이 가속화될 위험이 큽니다.

이러한 신뢰 하락은 단기적인 매출 감소를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재구매율이 떨어지고 신규 고객 유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되면, 마케팅 비용을 늘려도 효과가 미미해집니다. 결국 피해를 줄이려면 피해 발생 이후의 대응뿐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위조·유사 제품을 조기에 탐지하고 차단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위조 사료를 걸러내는 두 개의 눈: 이미지와 셀러 이력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은 브랜드별 패키지 색상·로고·성분 표기가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온라인 사진만으로는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보호자는 제품명을 검색한 뒤 가격과 이미지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위조 판매자가 정품 사진을 도용하면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위조 사료 판매자는 공식 몰에 등록된 대용량 포장 제품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해, 실제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소포장 제품을 재포장·판매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화면 속 동일한 포장 이미지를 보고 정품이라 믿지만, 개봉 시 패키지 재질·밀봉 상태가 다르고, 성분표 일부가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차이는 AI 기반 이미지 유사도 분석으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패키지 인쇄 번짐, 로고 배치의 미묘한 틀어짐, 배경 패턴의 반복 여부 등을 판별해 정품 이미지와 다른 요소를 조기에 식별하는 방식입니다.

셀러 이력 추적은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사료·간식 판매자는 브랜드 승인 없이도 온라인 마켓에 쉽게 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위조 판매자는 계정을 바꿔가며 장기간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 계정이 ‘최저가 사료’를 판매하다가 신고를 받으면 계정을 닫고, 동일한 제품·사진·가격 패턴을 B 계정에서 재개하는 식입니다. 판매 이력을 추적하면 이러한 반복 패턴을 파악해 재등장을 빠르게 막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이미지 도용과 셀러 이력 추적은 단순한 위조 탐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피해를 막고 정품 사료를 지켜내는 1차 방어선입니다. 여기에 ‘최저가 모니터링’을 병행하면 대응 효과가 더욱 커집니다. 정품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해당 판매처와 상품을 우선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앞선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저렴한 가격’은 위조·사기성 상품의 강력한 신호이므로, 가격 감시와 이미지·이력 분석을 함께 운영하면 위조품 확산을 훨씬 빠르게 차단할 수 있습니다.

정품을 지키는 일이 곧 반려동물을 지키는 일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보호자의 신뢰와 직결된 제품입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위조·유사 제품이 단발성 피해를 넘어, 브랜드 전반의 신뢰를 장기적으로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거나, 정품과 외형이 유사한 제품이 온라인에 등장하면 소비자는 이를 쉽게 정품으로 오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의 화살은 브랜드로 향합니다.

이런 악순환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감지가 중요합니다. AI 이미지 유사도 분석, 가격 변동 감시, 셀러 이력 추적 같은 기술적 수단은 이미 다양한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문제 상품을 노출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목표는 단순히 위조품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 브랜드라면 믿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 한 번의 품질 문제라도 보호자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불안과 걱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무자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지만, 꾸준한 감시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켜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위조·유사품으로부터 브랜드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